김진태씨는 참으로 머리 좋은 사람이다.
그라고 백 만 촛불의 위력을 모르겠나?
그는 나름대로 촛불이 더 타올라 그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은연중 바랐을지 모른다. 그래도 명색이 여당의 의원인데 어찌 이를 액면 그대로 ‘촛불이여! 더 타올라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촛불도 더 타오를 수 있고, 윗분에게도 충성을 할 수 있는 기기묘묘한 신의 한 수를 둔 것이다.
어쩌면 그의 기대는 100% 적중했는지 모른다.
그는 윗분을 위해 자신의 표까지 깍아 먹으면서 살신성인의 입장으로 ‘촛불은 바람 앞에 꺼지고 만다.’는 강력한 주장을 통해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어쩌면 내심에 바랐을지 모를 - 국가를 위해 촛불이 산불처럼 번지게 하는 극적 효과를 거두었다.
수능을 마친 고3생부터, 중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까지 촛불을 높이 드는 데는 그의 공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연사는 물었다. “누가 우리의 촛불이 바람 앞에 꺼진다고 했습니까? 여러분!”
청중들을 마침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김진태, 김진태...”
그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초등학생 연사는 촛불이 물리적으로 꺼질 수 있음을 설명하고, 또 다시 타오를 수 있음도 이해했다. 꺼지지 않는 촛불을 준비해온 사람도 있고, 촛불 사진이 든 스마트폰을 높이 들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아예 촛불 인형을 뒤집어 쓴 예쁜 여성분도 등장했다.
나중에 그는 이런 증언을 할지 모른다.
“국민들이 촛불을 더 높이 든 것은 내 덕분이다. 그러니 나의 공을 잊지마라.”
어쩌면 우리는 그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속의 촛불
촛불 인형을 쓴 여성 분
'지평생각 > 페이스북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장에 가는 날 (0) | 2016.11.26 |
---|---|
부끄럽지 않은 국민이 되고파 (0) | 2016.11.22 |
현장 교육 (0) | 2016.11.16 |
ㅡ 어떤 예감, 그리고 설레임 ㅡ (0) | 2016.11.11 |
그 동안 수고하셨다 (0) | 2016.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