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몸과 마음을 깨끗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상전벽해라 할 만큼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1960년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아마 거의 비슷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이른바 때 검사라는 것을 했다. 너나할 것 없이 그때만 해도 대개 잘 씻지를 않았다. 어쩌다 큰 맘 먹고 목욕이라도 할라치면 큰 다라라는 곳에 가마솥에다 끓인 따뜻한 물을 채워놓고 거의 연례행사처럼 때 벗기기 의식을 치렀던 것이다. 지금이야 곳곳에 목욕탕, 이제 사우나라는 명칭으로 바뀐 목욕 시설이 흔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시골에선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구경조차 할 수 없던 때였다.
그런데 우리가 ‘목욕’이라고 하면 아무 의심 없이 한 단어로 쓰고 있지만 사실 목욕은 ‘목(沐)’과 ‘욕(浴)’이 합성된 단어이다. 머리감는 것을 ‘목’, 몸을 씻는 것을 ‘욕’이라고 하여 목욕이라고 하면 사실 머리부터 몸까지 모두 씻는 것을 이른다.
인재 선발에 심혈을 기우렸다는 주공(周公)은 머리를 감다가 무려 세 번씩이나 감던 머리를 감아쥐고 인재를 영접하러 나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대학(大學)》에 나오는 탕왕(湯王)의 반명(盤銘)은 탕왕이 그의 목욕하는 반(盤)에 새긴 글귀를 말한다. 그 글귀를 그대로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구일신(苟日新)이어든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이라.”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진실로 어느 랄 새로워졌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탕 임금은 자기가 평상시에 실천할 덕목을 욕조에 좌우명처럼 새겨놓고 스스로 경계를 삼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내용에 대한 주석을 살펴보면 탕 임금이 왜 이런 문구를 욕조에 새겨 넣었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곧 탕 임금은 사람들이 그 마음을 깨끗이 씻음으로써 악(惡)을 제거하기를 마치 그 몸을 씻어서 때를 제거하는 것과 같이 여겼다는 것이다. 그렇듯 진실로 하루에 그 이전에 오염된 것을 씻어내고 새롭게 된다면 곧 마땅히 그 이미 새로운 것으로 인하여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되 조금이라도 중간에 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날마다 새로워지도록 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날마다 새롭게 해야 할 것들이야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고 또 사람마다 각자 다를 수도 있다.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에 보면 ‘덕(德)이 닦여지지 않는 것, 배움에 있어 강론하지 않는 것, 의(義 )들 들어도 능히 실천하지 못하는 것, 착하지 않은 것을 능히 고치지 못하는 것’을 공자가 근심하였다는 대목이 나오는 데 이에 대한 주석에서 일신(日新)에 대해 거론하고 있어 참고가 된다. 그 주석에는
“덕은 반드시 닦은 이후에 이루어지고, 배움은 반드시 강론한 이후에 밝아지며, 선(善)한 것을 보면 능히 실천해야 하고, 허물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하니, 이 네 가지는 일신(日新)의 요체이다.”
라고 하여 날로 새로워져야 할 것들을 예시하고 있다. 어제 한 잘못을 오늘 고치지 못하고, 오늘 실수한 것을 내일 바로잡지 못한다면 어찌 발전이 있겠는가? 신체적인 조건은 나이가 들수록 아무래도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는 그래도 나날이 새로워지고 건강해질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젊어도 늙은이처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늙어도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젊게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는 목욕 뿐 아니라 영혼을 맑게 하는 목욕도 열심히 하면서 나의 건강, 나아가서는 가족의 건강,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어제 보다 새로워진 오늘, 또 그것을 바탕으로 더 새로워질 내일을 가질 때 우리는 어느 정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건강과 행복》 2013년 2월호(단국대학교 병원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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