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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글쓰기 6계명 /림태주
지평견문
2015. 11. 17. 15:14
[아침숲길] 글쓰기 6계명 /림태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5-11-13 20:00:5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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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세 가지를 버려야 한다. 첫 번째는 '글쓰기의 두려움'이다. 많은 사람이 글쓰기 능력은 타고나야 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믿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시나 소설 같은 문학적인 글쓰기가 아니라면, 에세이 같은 산문 글쓰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지적인 유희이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오락거리다. 자꾸 쓰다보면 글 솜씨도 운동 실력처럼 점점 늘게 된다. 까닭에 지레 겁부터 먹고 글쓰기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빨간펜 콤플렉스'다. 맞춤법이며 띄어쓰기가 틀렸을까봐, 문장 표현에 대해 꼬투리를 잡힐까봐 걱정이 앞서 빨간펜부터 들이대고 고치려고 하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늘 누군가로부터 평가받고 성적으로 환산되는 교육 시스템 속에서 살아와서 우리는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쓴다. 국문학자가 아닌 바에야 누구나 맞춤법도 틀리고 비문도 쓴다. 자기 검열하지 말고, 움츠러들지도 말고 거침없이 써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다독 다작 다상량의 경구에 얽매이지 않기다. 저 세 가지를 실천해야 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문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중압감으로 자신을 누를 이유가 없다. 다독보다는 문장력과 유연한 사유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골라 여러 번 읽는 '반복 독서'가 더 효과적이다. 반복해서 읽으면 문장 독해 능력이 향상되고, 자신도 모르게 좋은 표현들이 스며들어 몸에 배게 된다. 다작에 대한 부담도 가질 필요가 없다. 생활 속에서 글감을 발견하거나 특별한 감정이 밀려올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정리해두는 메모 습관이 훨씬 중요하다. 사관들이 기록하는 매일의 사초처럼 일상의 메모가 모여서 한 인간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취해서 간직하면 좋을 글쓰기 3계명이다. 첫 번째는 글쓰기는 '그림 그리기'와 같다는 것이다. 미술시간에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선긋기와 명암 칠하기이다. 데생 기본기가 돼 있어야 물상이나 심연의 이미지를 돌올하게 형상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은 손에 잡힐 듯 그림이 떠오르고,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처럼 생생하게 읽힌다.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쓰면 좋다.
두 번째는 글쓰기는 '말 걸기'와 같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말을 걸 때 상대방의 나이나 직업, 상호 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대화의 수준과 어투, 적합한 화제를 꺼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내 글을 읽을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떠올리고 쓰는 게 좋다. 단문으로 짧게 쓰는 게 좋다는 말도 읽는 상대를 배려하라는 의미다. 중문, 복문이 많은 글은 직관적으로 문장을 이해하는 데 힘이 든다. 짧은 문장은 뜻이 명료하고 전달력도 훨씬 좋다. 또한, 말소리에도 듣기 좋은 소리가 있듯이 문장에도 공기 반, 소리 반인 문장이 있다. 은유나 직유라는 공기를 적절하게 섞어서 쓰면 소리에 울림이 생기고, 읽는 사람이 풍미를 느끼게 된다. 독자를 생각하며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써야 한다.
세 번째는 내 스타일대로 나의 이야기를 쓰라는 것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문장을 과시하듯 인용한다고 해서, 어디서 본 듯한 좋은 말들을 한데 모은다고 해서 좋은 글이 되는 건 결코 아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이야기를 할 때 흥미와 관심이 생긴다. 모든 문장에는 그 사람의 지문이 있다. 예컨대, 우리는 보통 주격조사인 '이'나 '가'를 별 고민 없이 쓰지만, 어떤 이는 독특하게도 보조사인 '은'과 '는'을 고집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내가 그 일을 했다'가 아니라 '나는 그 일을 했다'로 써서 '했다'를 강조한다. 그러므로 '꽃이 피었다'보다 '꽃은 피었다'가 훨씬 깊은 뉘앙스를 품은 문장이 된다. '사람'을 주어로 내세우지 않고 사물이나 풍경을 주어로 끌어다 앉히는 글쓰기를 하는 이도 있다. "나는 옥구 염전에서 소금이 나는 걸 보았다"라는 문장이 "소금은 옥구 염전에서 온다"나 "옥구 염전은 소금을 낸다"는 문장으로 바뀐다. 신선하고 품격도 달라진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쓰면 문체가 되고, 문체는 향기를 발산한다.
시인·행성B출판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