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북한산 둘레 길 걷기 재개

지평견문 2015. 12. 27. 08:06


몇 해 전 고등학교 동창회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친구가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왠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설렘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리게 된 것 같다. 어떤 일에도 별로 설레는 일이 없어졌다. 우리 다음에 만날

때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만날 수 있도록 하자.”

 

그 친구가 한 말이야 온전하게 100%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지만 대충 그런 뜻이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상당히 동감을 했다.

 

그런데 어제 지난 일들을 정리하는 과정에 뭔가 찜찜하게 마음 한 구석에 남았던 일을 진행하기로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유도회

답사와 고등학교 산악회 모임에서 하고자 했던 북한산 둘레길 걷기를 중도에 그만 둔 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일기장과 답사 일정 등을 이리저리 꿰어 맞추어 보니 대략 반 정도는 다녀왔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남은 구간을 혼자서라도

마치기로 했다. ‘하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한 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를 이어서 재개하고자 하니 또 그런 재산이 없다 싶

었다. 이미 거의 반환점을 돈 상태이기 때문에 착수가 곧 반인 셈이었다. 아마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이보다 적실한 표현이 있을까?

 

공자가 존숭해마지 않았던 주공(周公)이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밤늦도록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정을 보게 되면 가만히 앉아서 아침

을 기다렸다고 한다. 빨리 시행해보고자 했다는 것인데 아마 주공의 마음도 일종의 설렘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침을 기다린

다는 것을 대단(待旦)이라고 하는데 마침 주공의 이름이 단()이었으니 대단은 곧 자신을 기다림이기도 한 것일까? 하여간 대단한

주공의 설렘이라 할 수 있다. 모름지기 세상 사람들 모두가 뭔가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설렘이 있는 삶을 누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