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소동파의 시 중에서
○ 소동파의 시 중에서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식(蘇軾)은 호가 동파(東坡)라서 흔히 소동파(蘇東坡)로 불린다. 그가 지은 시 내용 중에
횡간성령측성봉(橫看成嶺側成峯) 가로 보면 고개가 되고 옆으로 보면 봉우리라
원근고저각부동(遠近高低各不同) 멀고 가까우며 높고 낮음이 제각각 같질 않네.
불식여산진면목(不識廬山眞面目) 여산의 진면목은 알 수가 없나니
지연신재차산중(只緣身在此山中) 다만 몸이 이 산중에 있는 탓이리라.
산에 다니다 보면 과연 이 시의 맛을 조금은 느낄 수 있으리라. 같은 산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제 각각 형상을 달리하고 그 날의 날씨가 어떠한 가에도 그 느낌은 사뭇 다를 수 있다. 봉우리가 되기도 하고 고갯마루가 되기도 하면서 산은 천변만화를 연출한다. 더구나 산 속에 있으면서도 정작 그 실체를 알지 못하다가 저만치 떨어져서 전체적인 윤곽을 알게도 된다. 정이박(精而博)이니 박이정이니 하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그러한 현상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단지 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이치나 의리라고 하는 것도 어찌 보면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한 때의 소견이나 어느 것 하나만을 고집하여 최고라고 여기며 다른 것을 무시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뭔가 알 듯하면 할수록 그만큼 모르는 게 많아짐은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은 겸손해서도 아니요, 빈 수레 소리가 요란함도 꼭 교만해서가 아니다. 알 건 모르건 저마다에 다 그럴 만한 이치가 있어서이다. 내가 옳다고 남이 그르지 않은 것이요, 저가 큰소리 쳐야 나와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면 조금은 더 여유 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