身書不二[독서]

[스크랩] 10년 동안 글을 읽지 못한 것이 한이로세

지평견문 2012. 8. 11. 13:05

   〇 10년 동안 글을 읽지 못한 것이 한이로세.

 

   남조송(南朝宋) 때의 심유지(沈攸之 : ?~478)는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일찌감치 곤궁하고 현달함이 운명에 달린 것인 줄 알았다면 (공명을 구하는 데 애쓰지 않고) 10년 동안 글을 읽지 못한 것이 한이로다.”

 

    한평생 살아보니까 잘 되고 못 되는 것이 운명에 매여 있고, 그럴 바엔 착실히 독서나 해둘걸 그랬다는 자조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자찬 묘비명에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써놓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살이이다. 어차피 모르기는 매일반일지라도 그나마 독서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의 넉넉함을 향유하는 맛을 안다면 그가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가 십분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 독서에 열중하며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뒤늦은 깨달음을 갖는 것도 독서가 주는 즐거움이다.

 

    옛 사람들은 책 속에 녹봉이 있다고 하여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어찌 꼭 녹봉이 있어서야 비로소 책을 가까이 할 것인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책이 한낱 곰팡이 냄새 나는 물건으로 보일지 몰라도 정녕 그 속에는 금은보화보다도 더 값진 인생과 철학과 유토피아가 존재함에랴.

 

    심유지의 운명론에 구태여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이나마 미리 책을 읽어두면 그가 하는 식의 후회할 일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곤궁과 현달이 책을 읽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 해도 할 수 없고 또 혹 무관하다면 더욱 그만 둘 수 없는 것이 독서라 할 수 있다. 책이야말로 소통의 징검다리요 인생의 지침이며 삶의 자양분이다.

 

출처 : 효제충신[孝悌忠信]
글쓴이 : 김세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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