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보고 행실까지 살펴보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재여(宰予)라는 인물이 있다. 일찍이 공자는 재여가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꾸짖은 일이 있다.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가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장을 바를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꾸짖은 다음에 이어지는 공자의 한탄이 의미심장하다.
“처음에 내가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믿었는데, 이제 내가 사람을 대함에 그 말을 듣고 그 행실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렇게 된 것은 바로 재여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여의 행실이 아마 평소에 말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던 모양이다.
여당 대표가 명분도 없는 단식을 시작하면서 확고한 의견을 발표하는 것을 언론을 통해 보고 저렇게 명확하고 당당하게, 그것도 온 국민들이
다 알게 말해놓고 어쩌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며칠 만에 그것이 장담과 달리 허언(虛言)으로 결말을 짓고 말았다.
이야말로 공자가 재여를 보고 세상을 평소와 달리 보게 된 까닭을 정확히 설명해주는 반면교사가 아닌가? 참으로 설득력 있는 기막힌 가르침
이었다. 여당 대표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사람들의 말을 함부로 믿을 게 못 되는 것임을 어쩌면 저렇게 빠른 시일 내에 온 국민을
상대로 교육시킬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대함에 그저 경탄할 따름이다. 이는 참으로 교육부에서 크게 포상할 일일
뿐 아니라, 교과서에도 반영하여 역사적 지침을 제시할 일이라 할 만하다. 이제 사람들은 구태여 논어를 읽지 않아도 어떤 사람을 볼 때는 그
사람의 말 뿐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까지 묶어서 같이 살펴야 할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살신성인이란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인지도 모
른다. 내 한 몸 희생하여 국민 교육을 확실히 하여두자는 뭐 그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