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우침주(積羽沈舟)
새의 깃털은 매우 가벼운 물건이다. 그런데 이렇듯 가벼운 깃털도 많이 쌓이게 되면 배도 가라앉힐 정도로 무겁게 된다. 이를 사자성어로
적우침주(積羽沈舟)라고 한다. 적은 근심이라도 쌓이면 큰 재앙이 됨을 비유하는 말이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이러저러한 문제점들이 적지 않게 노출되었다. 그러한 문제들이 누적되다 보니 지금은 눈덩이처럼 커져 이제 손도
대기 어려울 만큼 어마어마한 문제로 비대해져 버렸다. 더구나 그 하나하나의 문젯거리들도 사실 새털처럼 가벼웠던 것이 아니라 어떤 면
에서 모두 굵직굵직한 것들이었다. 그러니 가벼운 새의 깃털이 쌓인 정도를 크게 상회하여 훨씬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병이 고황(膏肓)에까지 이르게 되면 제아무리 명의(名醫)가 나서도 고치기 어렵게 마련이다. 배가 버거워할 정도의 과도한 짐들이 실리다
보니 이제 배는 거의 침몰하기 일보 직전이다. 사실 배에 이토록 과도하게 짐이 실리기까지에는 주변인들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았다. 개
중에는 이를 지켜보면서 방관하는 경우도 있었을 테지만, 어떤 경우 한발 앞서 이를 조장(助長)하여 병을 더 악화시키는 자양분을 제공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배가 침몰내지는 파선될 조짐이 보이니까 주변인들의 모습은 표변하기 시작한다. 좋은 술과 음식이 있을 때는 남에게 뒤질세
라 그야말로 아귀다툼을 하며 달려들었던 그들이다. 그러나 이제 한순간에 배의 침몰이라는 위험이 닥치게 되자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
는 것은 물론이고, 원래 배가 위험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염려하던 자들의 곁에 서서 같이 비난하고 나서기까지 한다. 아무리 권력이 있을
때는 문전성시를 이루다가도 그 권력의 기미가 쇠잔하게 되면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게 세상사라고 하지만 참으로 지켜보
기에 민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