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일은 반만 해도 공은 옛날에 배가 됨

지평견문 2017. 1. 22. 06:34

어제 읽은 맹자(孟子)의 한 구절이 내 마음에 절실히 와 닿는 까닭은 무엇일까?

 

당금지시(當今之時)하여 만승지국(萬乘之國)이 행인정(行仁政)이면 민지열지(民之悅之)유해도현야(猶解倒懸也)리니 고()로 사반고지인(事半古之人)이오 공필배지(功必倍之)는 유차시(惟此時)위연(爲然)하니라.

 

우리 말 풀이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지금의 시기에 만승(萬乘)의 나라가 어진 정사[仁政]를 행하면 백성들의 기뻐함이 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어주는 것과 같이 여기리니, 그러므로 일은 옛사람들의 반()을 하고 공()은 반드시 배()나 되는 것은 오직 지금의 때가 그러한 것이다.

 

지금 특검(特檢)에서 하는 일이 바로 그러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실 특검에서 하는 일은 그저 법치국가에 걸 맞는 상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은 원래 그러해야 했음에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검찰에 대해서 그리 신뢰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검찰은 정권의 시녀라고 여겨왔고,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끔 행동해왔던 것 또한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JTBC에서 태블릿 피씨를 먼저 발견하여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오늘과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제 검찰은 대다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게 그들의 고유 기능을 확실히 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끝없이 추락했던 검찰의 권위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일본에서도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던 검찰이 다나까 수상의 비리를 밝혀낸 이후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 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러한 시점이다.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면 후회막급일 것임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아차릴 수 있는 사안이다.

 

차제에 검찰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늘이, 민심이 마련해준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사람들이 부유한 채 부끄럽게 사는 것보다 그야말로 떳떳하고 자부심 있는 당당한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것이 그들을 살리는 길이고 대한민국이 바르게 서는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어찌 검찰 뿐이겠는가? 이 사회에 구석구석 스며든 각종 적폐의 청산을 이루어낼 다시없는 기회임을 국민 모두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은 결코 가만히 앉아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일단 적폐 청산하는 마음으로 문 앞의 눈부터 좀 치워야 하겠다.

    

이미지: 하늘, 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