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에 등 돌린 민심
오늘 자 한겨레신문을 펴드니 <민심은 색깔론에 등 돌렸다>라는 큰 제목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의식이 성장해주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선풍이 일어 민심을 왜곡한 일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매 선거마다 거의 예외 없이 북한을 볼모로 한 안보 장사가 선거의 단골메뉴로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중에 그것이 거짓말로 들어나도 결과적으로는 이미 상황이 잘못된 쪽으로 기울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는 민주주의 발전에 끊임없이 독소로 작용해왔던 게 사실이다. 사실 제대로 된 민주화야말로 가장 안전한 안보 장치이고 평화통일의 지름길이 되어줄 것인데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고 향유하기 위해 자신들이 말하는 적과의 동침까지도 서슴없이 자행하며 국민의 분열을 조장하고 민심을 호도해왔던 것이다.
이제 등나무 꽃도 머지않아 피게 되어 있다. 칡과 등나무는 다른 물건을 휘어 감고 올라가는 특성이 있는데, 하나는 오른쪽으로 감아 돌고 하나는 왼쪽으로 감아 돈다고 한다. 그래서 만약 칡[葛(갈)]과 등나무[藤(등)]가 서로 얽히게 되면 여간해서 풀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말이 갈등(葛藤)이다. 그런데 과연 누가 국민을 이간질하고 갈등을 부채질하는지 우리는 잘 살펴보아야 한다. 안보를 말하면서 사실을 안보를 해치지 않는지, 통합을 말하면서 사실은 갈등을 부추기지 않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두 귀로 똑바로 들어야 한다. 국민들이 보는 것이 하늘이 보는 것이며, 국민들이 듣는 것이 하늘이 듣는 것이다. 이를 민심(民心)이라고 했고, 민심이 곧 천심(天心)이다. 촛불집회에 나타난 민심의 평화롭고 이성적인 집단 지성은 진행형이다. 결코 그쳐서는 안 될 영원한 진행이어야만 한다. 과거에 경험한 미완의 혁명은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역사가 엄중히 가르쳐주고 있다. 과거나 현재의 처절한 반성 없이 미래만 지향하는 것은 그 미래마저 믿을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현존하는 폐단을 눈감은 채 부르짖는 통합은 가능치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되는 것임을 깨어난 민주공화국의 건전한 국민들은 먼저 알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