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시골집에 하루를 유숙하며

지평견문 2017. 4. 30. 12:50

어째야 쓰까나?
어제 그만 아내에게 큰소리를 치고 말았다.


동창회 모임을 끝내고 시골집에 들어선 순간 후암동에 전화를 걸었다.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갈 작정이오.”
“왜요?”
“그야 당신이 불만스럽게 하니 그렇지요.”
아내가 킬킬거리며,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지금 시골집에 와 있어요.”


어머니의 백그라운드를 믿고 누울 자리를 확보한 다음 내심 용기를 내서 큰소리를 쳐보았던 셈이다. 약 1년 뒤가 되면 나 또한 현 직장에서 은퇴를 해야 하니 그 때는 속칭 삼식이가 되어 급격한 심리적 위축을 당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그러니 석양의 잔 볕이나마 향유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그래봐야 약발도 없는 너스레를 한번 떠는 데 지나지 않지만...


그러나 오늘은 아침 일찍 급거 귀경하여 바짝 꼬리를 내려야 한다. 후회막급까지는 아닐지언정 이미 TV 채널권마저 상실한 내가 무슨 힘이 있어 후회할 일을 만들어 절대 강자와 맞설 것인가? 이건 아닌데 싶어도 어쩔 수없이 사대(事大)를 받아들여야 하는 약자의 설움을 그 누가 알 것인가?


사드인지 사도(邪道)인지 문제 하나만 가지고 나라마저 만신창이가 되는 형국에 나의 문제야 그래도 참을 만하지 않은가? 표심을 잡으려 우왕좌왕하며 좌고우면하는 딱한 처지에 비하면 그래도 낫지 않은가? 도야지 흥분제의 효력을 확장하여 국민들 심정마저 격앙시켜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보기에도 안쓰러운 모습보다는 그래도 견딜 만하기에 오늘도 조용히 내 삶을 반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