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부담주지 않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어떤 형태의 혁명이 이루어지거나 집권에 성공하면 으레 그들을 중심으로 논공행상이 뒤따르게 마련이고, 이 때문에 시끌벅적한 게 보통이다.
공이 있는 자들은 물론 공이 없는 사람마저 어떻게 하면 떡고물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중종 반정(中宗反正) 뒤에 정국공신(靖國功臣)을 녹훈할 당시의 일이다. 정국공신에 대하여서는 후일 조광조 등에 의해 위훈삭제사
건으로 표면화될 정도로 그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국공신 녹훈 당시 철원부사(鐵原府使)였던 이곤(李坤)이 아
무 공로도 없이 공신에 끼어 달라고 울면서 청한 일이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사람들이 그를 정곡공신(正哭功臣)이라며 기롱한 적이 있다. 나라를
바로 잡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출세를 위해 열심히 잘 울며 매달린 데 대한 조롱이었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호철, 양정철, 최재성씨 등이 문재인 정권에서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어려울 때 여러모로 공을 많이 세웠는데 이제 곁을 떠난다는 것은 배반도 아니고, 그렇다고 범려가 성공한 월왕이 어려움은 같이 할
수 있어도 권력을 같이 향유하기에는 어려운 인물이라고 하여 떠난 것과는 또 그 유가 다르다. 그들이 떠난 것은 인사권자인 문대통령에게 부담
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니 참으로 미담이라 할 수 있다. 나중에 분위기가 일신되면 다시 기용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칭찬해주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