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영봉 : 2018.12.16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분소를 가다 벌거벗은 장승을 만나다.
용두팔 올해 마지막 산행에 때맞춰 눈이 내려 졸지에 눈꽃산행이 되었다.
눈을 머금은 솔잎
바위도 어느새 눈을 뒤집어 쓰고 백암으로 변신 중
눈이 닿는 곳이면 어디고 살포시 내려앉아 분단장, 아니 설단장을 하고 만다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설경을 당아 가려는 욕망에 잠시나마 들뜨고 만다
눈은 특별히 누굴 가리거나 하진 않는다.
인수봉이 안개를 걷어내고 한껏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기회가 바로 찬스라고 멋진 인수봉을 배경으로 기록 하나 남겨두고야 마는 나는 야 OO봉
인수봉을 중심으로 도열한 북한산의 신비한 모습
눈보라도 견뎌내며 바위에 뿌리를 박고 있는 고단한 삶의 현장
눈은 또 그렇게 선명한 능선을 이뤄낸다.
푸르름이 산 능선을 타고 흐르고, 눈발 아래 아직도 가을을 품고 있는 나무들도 함께 어우러져
안개마저 한폭의 동양화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보탠다
산행 시작할 때까지도 전혀 예기치 못한 풍광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
오르는 이, 내려가는 사람 할 것없이 모두 눈길에 눈을 떼지 못한다.
이게 소(솔)나무인가? 아니면 설나무인가?
누구의 왕관이 이다지도 희던가?
찍고 또 찍고
억새도 자신의 꽃보다 오히려 눈꽃이 더 풍성해지고 만다.
솔과 설(雪)이 만날 때
눈 이불을 써서 그런가? 어찌 나무가 산보다 큰가?
저 멀리 오봉의 모습이 다가온다.
아쉬운 발길을 돌리자니, 인수봉이 자꾸 눈에 밟혀
나뭇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는 저건 눈인가, 아니면 바위인가?
360도 이상 휘감아 돈 나무에게도 눈은 여지없이 휘감기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