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아카시아를 위한 노래

지평견문 2021. 5. 10. 05:41

아카시아를 위한 노래 
    
                  - 목필균 
  
가자. 이젠 기다림도 소용없어 
만개한 오월이 너를 끌고 
더 길어질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걸 

쪼로록 쌍으로 줄지어 펴진 잎새 사이 
총총히 하얀 꽃 숭어리 흐드러져도 
떠날 사람 다 떠난 텅 빈 시골길 
네 향기 분분한들 누가 알까 

가자. 눈먼 그리움도 소용없어 
우거진 초록이 너를 안고 
더 슬퍼질 추억 속으로 들어갈 걸 

잉잉대는 꿀벌 날갯짓 바쁜 꽃잎 사이 
까르르 웃어대는 하얀 향기 흐드러져도 
잊을 건 다 잊은 텅 빈 산길에 
네 마음 젖었다고 누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