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아침이 눈부신 것은
지평견문
2021. 9. 29. 06:48
< 아침이 눈부신 것은 >
- 김영희
하루의 문이 열리는
아침이 향기로운 것은
가슴에 담아놓은 사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서이다
가까이 마주 바라 볼 수 없고
고운 목소리를 듣지 못해도
그대와 나의 마음 강에
추억이 살아 흐르는 까닭이다
그대는 그대의 자리
나는 나의 자리에
그만큼의 자리에서
그리움을 부를 수 있다는 건
가슴이 떨려오는 일이 아닌가
어느 햇살 고운 날
꽃향기 폴폴 날리는 길가에서
우연처럼 마주치기를 기다리는 아침
아직 그대와 나의 가슴에
잔잔히 흐르는 강물 같은
투명한 마음 속 울림이
눈부신 아침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