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님의 말씀
지평견문
2021. 12. 14. 06:19
< 님의 말씀 >
- 김 소월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두 달은
길어둔 독엣물도 찌었지만은
가면서 함께 가자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傷)한 셈이라
내 몸에 꽃 필 날은 다시없구나
밤마다 닭 소리가 날이 첫 시(時)면
당신의 넋맞이로 나가볼 때요
그믐에 지는 달이 산에 걸리면
당신의 길신가리 차릴 때외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가지만
가면서 함께 가자하던 말씀은
당신을 아주 잊던 말씀이지만
죽기 전(前) 또 못 잊을 말씀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