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개구리 메뚜기 말똥구리야
지평견문
2022. 1. 18. 06:19
< 개구리 메뚜기 말똥구리야 >
- 최정례
너 개구리야
그 힘으로
콩 튀듯 팥 튀듯 뛰는 메뚜기야
네 사랑의 힘으로 말똥구리야
우리 말똥을 굴리며 가자
엎어지며 고꾸라지며 가자
저 들판을 지붕을 건너
개구리 메뚜기 말똥구리야
대문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한다 해도
느닷없이 따귀 맞고 쌍욕은 듣게 된다
빚 갚고 갚으며
철조망에 싹이 나고 잎이 날 때까지
꽃 피고 꽃 지고
주렁주렁 수박덩이가 매달릴 때까지
복사씨도 살구씨도 미쳐 날뛸 때까지
가자
말똥을 굴리며 굴리며
으으 개구리 메뚜기 말똥구리야
세간에 세간에 출세간에
그 너머로 우리
말똥을 소똥을 굴리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