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견문 2022. 3. 17. 00:14

< 선생님의 믿음 >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분이 있다.

성지중고등학교 김한태 교장선생님이다.

김한태 교장선생님에겐 많은 일화가 있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그 학교에 전과 13범 조폭 두목 학생이 입학했는데

여름엔 반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날마다 소주 한 병을 꿰차고 왔다고 한다.

게다가 교문 앞에서 동생뻘 되는 학생들에게

"90도 각도로 절하지 않으면 등교 못해"라고

명령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불평불만을 터뜨렸고

교사들은 회의를 열어 그 학생을 퇴학조치하기로 결정했다.

교사대표가 교장 선생님에게 회의 결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은 그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말썽은 부리지만 날마다 학교에 오는 것이 신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교장실로 불렀다.

"여보게, 동생 같은 학생들인데 좀 잘해 주게"

그러자 조폭 학생은 탁자를 발로 차면서 소리쳤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동안 야학을 30년간 해오면서

어려운 학생들을 선도한 경험이 있었기에

기어코 그를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학교 행사가 있을 때면 그에게 책임을 맡겨 진행하게 했고,

개교기념일엔 표창장을 주었다.

'표창장,

이 학생은 앞으로 선행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상을 주어 표창함'

종이 한 장만 달랑 주면 혹시 찢어버릴지 몰라

근사하게 액자에 넣어 주었다.

상을 받고 기분이 나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는 상장을 집에 가지고 갔다.

 

부모님은 감격에 목이 메었다.

"세상에 우리 아들이 상을 다 받아 오다니.."

대못을 탕탕! 박아 거실 중앙에 걸어 두었다.

이를 본 손님들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 후 놀랍게도 학생은 서서히 변해갔다.

결국 그 학생은 자격증을 3개나 따고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만약 그를 퇴학시켰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그는 전과 14, 15범이 되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