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장원을 양보하다
지평견문
2012. 12. 22. 07:26
〇 장원을 양보하다
영조 때 한 칠석제(七夕製 : 칠월 칠석에 치루는 시험)에서 성균관 유생 서해조(徐海朝)가 장원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사실 장원한 글은 서해조와 같은 기숙사 학생 이복령(李復齡)의 시험지였던 것인데 실수로 서로 바뀌어서 그만 서해조가
장원이 된 것이다. 서해조는 시험지가 바뀌었다고 주장하며 이복령에게 장원을 돌리려 했고, 이복령은 이복령 대로 서해
조의 것이 맞는다고 하며 두 사람이 서로 다투어 가면서 상대방에게 장원 자리를 양보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영조가 매우
기뻐하여 이르기를,
“근래에 선비의 풍토가 종전과 많이 달라졌으니, 가르쳐 인도한 효과를 속일 수 있겠는가.”
하고, 마침내 전조(銓曹 : 이조)에 명하여 서해조와 이복령에게 모두 벼슬을 제수하였다.
그러나 실상 이렇듯 서로 양보하는 풍토는 고사하고 남의 공까지 차지하려 한다거나 커닝을 일삼는 행위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분명 옛날에 비해 교육수준이 무척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회 공공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
는 것을 보면 교육은 그저 기술만 가르칠 뿐 인간의 본령은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