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자신의 절개를 끝까지 지킨 기건(奇虔)
지평견문
2013. 1. 1. 08:03
〇 자신의 절개를 끝까지 지킨 기건(奇虔)
기건은 단종(端宗) 때부터 벼슬을 하지 않고 문을 닫아걸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세조(世祖)가 임금이 되기 전에
세 번이나 그 집을 방문하였으나 기건은 청맹과니(눈뜬 장님) 노릇을 하였다. 세조가 바늘을 가지고 눈을 찌를 듯이 하여
시험하였지만 기건은 그대로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깜짝하지 않았다. 결국 세조도 그로 하여금 벼슬하게 하지 못하였고
기건 자신 또한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밥 먹듯이 하는 요즘 세태로는 어쩌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어떻게 하는 것이 이롭거나 해로운 것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 기준을 척도로 하여 그를 지키며
사는 기건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권세와 부를 누렸을 많은 사람들이 감히 추종할 수 없는 고결
함이 기건에게는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