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신숙주를 부끄럽게 한 부인 윤씨

지평견문 2013. 1. 2. 05:29

                      〇 신숙주를 부끄럽게 한 부인 윤씨

 

    사육신의 옥사가 있던 날 밤 신숙주가 집으로 갔더니 중문이 환히 열렸건만 부인 윤씨는 보이지 않았다. 신숙주가

방을 살펴보니 부인이 홀로 다락 위에 올라가 두어 자 가량 되는 베를 가지고 들보 밑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부인에게 그 까닭을 물어보니, 부인이 대답하기를,

 

    “당신이 평소에 성 학사(成學士 : 성삼문) 등과 서로 형제나 다름없이 좋아 지내더니. 이제 성 학사 등의 옥사가 있

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그들과 함께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었다는) 통지가 있기를 기

다려서 자결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제 당신이 살아서 돌아오니 이는 천만 뜻밖의 일입니다.”

 

라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신숙주는 그만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고 한다. 대학자요, 뛰어난 외교가며 장수로서도

단단히 한 몫을 한 신숙주가 부인 앞에서는 차마 얼굴도 들기 어려웠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하겠다.

 

     -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