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정광필의 도량
지평견문
2013. 1. 3. 05:31
〇 정광필의 도량
정광필(鄭光弼)이 기묘년(1519년, 중종 14년)에 영의정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마침 천재지변이 있어 임금이 신하들에게 정치의 잘잘못 여부에 대하여 물었다.
한충(韓忠)이라는 사람이 아뢰기를,
“전하께서 비록 정신을 가다듬어 정치를 잘하고자 힘을 쓰시지만 비루한 자가 감히 수상(영의정)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재변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며, 좋은 정치는 가히 기대할 수 없습니다.”
라 하였다. 대신들이 빈청(賓廳)으로 물러나온 다음, 우의정 신용개(申用漑)가 화난 얼굴로 한 마디 하였다.
“새로 진출한 선비가 대신을 얼굴을 맞댄 상태에서 배척하니 이러한 습관을 기르게 할 수 없다.”
그러자 정광필은 손을 저어 제지하면서 말하기를,
“그들이 우리가 노하지 않을 것을 알므로 이 말을 한 것인데, 만일 조금이라도 (우리를) 꺼리고 있다면 비록 하라고 해도 반드시 즐겨 이런 말은 하지 못할 것이요, 나에게 진실로 해로울 게 없고 또 나이 젊은 사람의 바른말 하는 풍도를 꺾어서 억제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오.”
라 하니, 신용개 또한 그 말에 탄복하고 듣는 자들도 과연 정광필이 대신의 도량이 있노라고 말들을 하였다. 정광필은 기묘사화 때 조광조 등 기묘사림을 구하고자 노력했던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후손들 중 재상이 많이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