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大亂)은 다스리기 쉽다
○ 대란(大亂)은 다스리기 쉽다
위징(魏徵 : 580~643)은 당 태종(唐太宗) 때 간의대부(諫議大夫) 등의 요직을 역임하고 재상(宰相)까지 중용된 인물이다. 그는 굽힐 줄 모르는 직간(直諫)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훗날 당 태종이 고구려 정벌에 실패하고 돌아가면서 ‘만일 위징이 곁에 있었다면 고구려 원정에 나서는 과실을 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할 만큼 크게 신뢰하고 의존했던 인물이다.
그 위징과 관련하여 《신당서(新唐書)》 위징전(魏徵傳)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대란(大亂)은 다스리기 쉬우니 비유하자면 굶주린 사람이 쉽게 먹는 것과 같다.[대란지이치(大亂之易治) 비기인지이식야(譬飢人之易食也)].”
세상이 어수선하여 거개가 법도를 지키지 않을 때 조금이라도 정도를 지키는 지도자가 나오게 되면 대중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좀 더 정상적인 견지에서 볼 때는 그 자체도 별 것이 아닐 수 있지만 워낙 세상이 어지럽다보면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못 된다. 목마른 자나 배고픈 이들이게는 무엇보다도 한 방울의 물이나 먹을 것들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사람들에게 있어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는 신물이 나있을 정도이다. 뭐가 좀 색다른가 싶어 기대를 해보았다가도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다시 실망을 하기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아예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농후하다.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그러한 것들을 역이용하여 사적인 야심을 달성하거나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기도 하는 만큼 정치적 무관심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오히려 또 하나의 폐단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분명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되지도 않을 너무 이상적인 것만을 요구해서도 안 될 것이다. 나도 할 수 없는 것을 요구나 기대를 했다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세 그들을 비난해버리고 만다면 실상 어떠한 변화나 발전도 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풍토에서 그래도 그나마 공동선을 위해 뭔가 달라지고 나아지는 방향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다음 단계를 위한 차선책으로써 충분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바라는 대신에 점진적인 변화를 보아가며 정감어린 비판과 격려를 곁들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치 일선에 있는 사람들만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국민 각자가 하나하나의 합리적인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