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잘 하지
○ 진작 잘 하지
배가 강이나 바다 복판에 이르렀다. 아뿔싸! 배 바닥에 구멍이 나 물이 새고 있지 않은가? 부랴부랴 뚫린 구멍을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러한 경우를 들어 ‘선도강심 보루지(船到江心補漏遲)’라고 한다. 뭔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이다. 그래서 ‘선도강심 보루지’라는 말은 사전에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막상 일이 닥쳤을 때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을 비유하게 되었다.
전직 대통령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재직 중에 자행한(본인이 그랬든, 친지가 그랬든) 불명예스러운 일로 곤욕을 치렀거나 치루고 있다. 도대체 그저 밥 세끼 먹고 하루하루 따스하게 살아가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월급이나 연금이 그리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은 얼마나 명예로운 자리인가? 그런데 고작 돈 때문에 그 훌륭한 명성을 왜 그렇게도 땅에 곤두박질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누리는 시기는 짧은 데 비해 평가 받는 기간은 길잖은가? 짧은 것으로 긴 것과 바꾸고자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꺼리거늘, 그들은 하나 같이 역사에 몽매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긴 부끄러움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짧은 신기루 속에서나마 푹 빠져보고 싶어서인가?
재직할 때 덕행을 많이 쌓으며 가급적 많은 이들을 위하여 베풀지 못하고 사리사욕에 심신을 맡기다 결국 후회 막급한 지경에 이르게 되니,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불쌍하다고 해야 할까? 정직하고 명예를 아끼는 지도자를 바라는 우리의 소망이 정녕 요원한 꿈속의 일로만 머물고 마는 것일까? 강이나 바다에 배를 띄우기에 앞서 요모조모 두루 잘 살펴볼 일이다. 배가 새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발견 못하는 것 또한 큰일이 아닐 수 없음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