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 가기
○ 돌아서 가기
길을 곧장 질러서 가면 물론 목적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다. 그러나 빨리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 싶다. 가끔은 길을 에둘러 가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바로 가지 않음으로서 의외로 얻는 수확을 챙기는 재미도 비교적 쏠쏠한 편이다.
지난 3월부터 천안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차를 타는 시간이 늘었다. 대신 그만큼 운동하는 시간이 줄게 되었다. 문명의 이기는 우리를 편리하게 해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몸을 움직이지 않게 함으로써 퇴화시키는 것 또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나는 비교적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신뢰하는 편이다. 쓰면 발달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게 마련인 게 또한 세상이치인가 한다.
하루에 1시간 이상씩이라도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고자 하는 생각을 진작부터 가졌던 바다. 매일 같이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최소한 한 달에 보름이상은 꼭 해야겠다며 나름대로 실천해오고 있던 중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투리 시간의 활용이다. 예컨대 아침에 7시 25분에 출근 버스를 타러 갈 때 늦지 않기 위해 얼마간 여유 있게 가는 편이다. 그 때 미리 감으로 인해 남는 시간을 적당히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남동에서 출근 버스를 확인하는 순간 시간을 보고 늦지 않을 만큼 적당히 일삼아 주변을 배회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위차 위차하게 겨우 버스 시간을 맞추어 오는 것으로 볼지 모르겠으나 거기에는 충분한 여유 속에 작은 나의 아침을 건져보고자 하는 의지가 배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루려고 하는 일 중에 서둘러서 해야 할 일 도 있지만 시간을 요하는 것도 있다. 그것을 효율만 생각하고 성급하게 달성하려다 보면 자연 무리가 따른다. 돌아서 가는 길이 정녕 옳다고 한다면 지루할 수도 있는 그 시간을 새로운 창출을 위해 투자하며 여유를 가져봄직도 하지 않은가? 잘 하면 두 마리 토끼라도 잡게 될 지 또 누가 알겠는가?
(* 2009년 5월 8일자 용두팔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한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