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이규원(李圭遠)
○ 청렴한 이규원(李圭遠)
《당의통략(黨議通略)》의 저자로 유명한 이건창(李建昌)의 종족 중에 이규원(李圭遠)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재능이 뛰어난 데다 청렴하기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였다. 그가 얼마나 청렴했던가는 황현(黃玹)이 지은 《매천야록(梅泉野錄)》에 그대로 나와 있다.
그는 무려 일곱 번이나 부사(府使)를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벼슬을 그만 두고 오던 날 밤에는 남에게 돈을 빌려 밥을 지어먹고, 거처도 일정한 집이 없었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남의 집을 빌려 전전하였다는 것이다. 땅을 사랑하기 때문에 집을 전전했던 것과는 그 유가 다르다. 그 당시만 해도 매관매직이 극도로 성행하던 시기였다. 부정부패가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했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청렴한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지조를 지켰던 것이다. 당시 그런 관리들로만 가득 찼다면 조선은 결코 멸망하는 따위의 일은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규원이 그만한 벼슬을 했다면 그라고 해서 어찌 그에 따른 유혹이 없었겠는가? 관행이라고 하여 냉큼 냉큼 떡값을 챙기는 나리들은 혹 이규원을 바보라고 여길지 모른다. 뭐를 지내고도 뭐를 챙기지 못하면 바보라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들려오고 보면 분명 그렇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잘난 나리들이 나라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말아먹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누구나 다 이규원 같이 될 수는 없고 꼭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남에게 봉사하는 공직에 있으면서 그 자체로 영광스러운 것임을 인식하고 공공질서를 해치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작은 인정이야 없을 수 없겠지만 분명히 선을 긋고 어느 정도 이상은 넘지 말아야 한다. 뇌물이나 떡값을 챙기는 사람 중에는 자기가 달라는 것도 아니고 떡값을 주니 받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항변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떡값을 주는 쪽에서 왜 그것을 구태여 주려고 하는가를 한번쯤만 제대로 생각해보면 결코 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