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야
〇 웃는 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야
웃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고 한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하는 것을 보면 웃는 가운데 온갖 복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억지로 웃어도 엔돌핀이 팍팍 솟는다고 하니 웃어서 나쁠 것은 없는 모양이다. 그러니 웃을 수 있으면 많이 웃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웃는 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할 필요가 있다. 삼국지에 보면 적벽대전에 패한 조조가 도망가다 세 번 웃고 세 번 혼쭐을
당한 일이 있다. 조조의 경우 남을 깔보다 당한 케이스라면 춘추시대에는 다른 사람을 비웃다 나라가 위태로움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춘추시대 제 경공(齊頃公)의 부인이 진(晉)나라에서 온 사신 극극(郤克)이 다리 저는 것을 보고 비웃은 일이 있다. 극극은 이에 원
한을 품고 훗날 다른 나라와 연합하여 제나라를 쳐서 대패시켰다. 이를 가리켜 소빈(笑嬪)이라 하는데, 소빈은 이후 비웃음이 화근이
되어 큰 화를 자초함을 뜻하는 전고로 쓰이게 되었다.
남의 불행한 일을 웃음거리로 삼아선 안 된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놀려서야 되겠는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 다리 하나가
불편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가방을 들어주려다 잠시 망설이며 나름대로 고민한 적이 있다. 자칫 그 친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요즈음 길에서 가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혹 어쩌다 도와주는 경
우는 속은 기분이 들어서 그렇고, 대부분 도와주지 못하게 되는 데 그때는 그런대로 또 마음이 편치만은 못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