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이제야 마음이 편안하다

지평견문 2013. 2. 25. 05:37

                        〇 이제야 마음이 편안하다

 

    조선 중기의 무신이었던 이중로(李重老 : 1577~1624)는 청해 이씨(靑海李氏)로 태조 이성계를 수종하였던 이지란(李之蘭 : 퉁두란)

의 후손이다. 그는 인조반정에 참여한 공으로 정사공신 2등에 녹훈되었으나 이괄(李适)의 난이 일어났을 때 마탄(馬灘)에서 이를 저지

하다 죽음을 당하였다. 그의 부인 동래 정씨(東萊鄭氏)는 우의정을 지낸 정언신(鄭彦信)의 딸로 성품이 매우 훌륭하였던 모양이다.

 

    동래 정씨가 일찍이 남에게 빚을 진 일이 있었는데 빚을 채 갚기도 전에 꾸어준 사람이 병란(兵亂)에 그만 죽고 말았다. 그녀는 항상

마음속으로 빚을 미처 갚지 못한 것을 괴로워하는 가운데 10년 동안 탐문하여 마침내 그 아들을 찾아내어 빚을 갚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제야 내 마음이 편안하다.”

 

는 것이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돈을 꾸어준 사람이 죽었을 때 이를 떼어먹는다고 한다. 남의 불행을 다행으로 여기며 이를 이익의 근간으로 삼는

것이다. 당사자와 자신만 아는 일이니 자신만 입을 다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정씨 부인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빚을 갚지 않아도 누구 하

나 알 턱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차마 그러한 짓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으리라. 그녀는 소크라테스가 임종 무렵 주변 사람

들에게 닭 값을 갚아달라는 유언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리 없다. 그러나 그녀 또한 소크라테스의 양심을 가지고 있었고 뭐가 참인지를

추구한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고 하겠다. 세상이 그래도 살아갈 만 한 데는 바로 그러한 정직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우리 주변에 있어

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