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슴을 놓아주는 마음이라면
〇 어린 사슴을 놓아주는 마음이라면
종예(縱麑). 예(麑)는 어린 사슴이요, 종(縱)은 놓아준다는 말이니, 종예란 어린 사슴을 놓아준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종예라는
말이 어질고 자애로움을 형용하는 말로 쓰였다. 거기에 과연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옛적에 맹손(孟孫)씨가 사냥하다가 새끼 사슴을 잡은 일이 있다. 그는 그 어린 사슴을 진서파(秦西巴)에게 끌고 오게 하였다. 그
때 진서파는 어미 사슴이 울며 따라오는 것을 보고 차마 못할 짓이라고 여겨 그만 어린 사슴을 풀어주고 말았다. 그러나 그에게 돌
아온 것은 맹손씨의 불호령이었고 그는 결국 그 일로 쫓겨나는 운명에 처해졌다.
그런데 나중에 그는 다시금 맹손씨의 부름을 받게 된다. 맹손씨는 그가 한낱 미물인 사슴 새끼에게도 차마 못할 짓이라 하여 풀
어준 일을 기억하고 그가 자기 아들에게 못할 일을 차마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여겨 아들의 스승으로 삼았던 것이다.
맹손씨는 자기가 잡은 어린 사슴을 멋대로 풀어준 것에 대하여 당장 화가 나서 그를 내쳤지만 자신의 아들의 스승을 구하다보니
또 그만한 사람이 없다고 여겼던 것을 볼 수 있다. 공자가 ‘사람의 과실은 각기 그 유(類)대로 하는 것이니 그 사람의 과실(過失)을
보면 인(仁)을 알 수 있다[자왈 인지과야 각어기당 관과 사지인의(子曰 人之過也 各於其黨 觀過 斯知仁矣).]고 하였던 것을 보
아도 종예의 과실은 그가 어질었던 데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그가 비록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
라 하더라도 자칫 사회의 독이 되는 경우가 많음을 보게 된다. 우리가 흔히 어떤 사람의 뛰어난 재주보다도 그 사람의 덕을
먼저 일컬으며 비중 있게 생각하는 이유도 다 그런데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