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한번 깜박하고 숨 한번 쉬는 사이
○ 눈 한번 깜박하고 숨 한번 쉬는 사이
눈 한번 깜박하고 숨 한번 쉬는 사이를 순식간(瞬息間)이라고 한다. 순(瞬)은 눈을 깜박이는 것을 뜻하고, 식(息)은 숨을 쉬는 것을 이른다. 그러니 순식간이란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우리는 이제 평균 수명이 7, 80을 넘어 서게 되었다. 두보(杜甫)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하여 70살까지 살기 어렵다 하던 것은 이미 예전의 일이 되었다. 심지어 우리 주변에서 100수를 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70이고, 100이고 간에 영겁(永劫)의 장구함 앞에는 그 조차 일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 순식간을 못 참아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는 가운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마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찰나에 불과할 그런 시기를 말이다. 누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이승에서의 삶은 짧지만 역사는 무궁하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사후의 일이야 알 수 없지만 있다면, 그리고 영구하다면 짧은 영화를 위해 긴 여정을 희생하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인가? 예컨대 이완용이 매국 행위를 하여 얻은 작위나 재산은 결국 당사자가 두고두고 비난받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후손마저 떳떳하게 세상에 나서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날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국자들이 남의 탓에 열중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과거의 잘잘못은 당시 책임을 질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한 만큼 그에 합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지만 지금의 일은 먼 훗날 또한 그것대로 그에 걸 맞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제발 순식간에 안주하지 말고 긴 호흡 속에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당장 잘 나간다고 언제까지 그것이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지금 다소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여 언제까지 그것이 계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일시적으로 뜻을 이루었다 해도 겸손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고, 한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도 좌절하지 말아야 할 근거가 또한 거기에 있다. 순식간은 비록 짧지만 또한 그것이 모여 영원이 되고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