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굴러가지 않는 돌

지평견문 2013. 3. 12. 05:52

                 ○ 굴러가지 않는 돌

 

    “강물은 흘러가도 돌은 굴러가지 않는다.”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의하면 이는 ‘과거에 있던 고을의 수령은 지금의 수령이 아니며 토호세력은 항상 그대로 있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라 한다.

 

    조선시대에 각 고을에는 중반 층인 향리들이 사실상 세습을 하다시피 하며 그 고을의 지배를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일정한 녹봉이 지급 되지 않아 사실상 그들이 먹고 살기위해서는 부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을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령은 몇 년마다 바뀌지만 이들은 특정 지역에 항상 거주하며 그 곳 실정에 훤하기 때문에 수령은 이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지방 통치를 할 수 없었던 만큼 이들의 횡포가 매우 자심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남명 조식(曺植) 같은 이는 ‘조선을 망칠 자들은 반드시 서리(향리)’라고 혹독한 비판을 가하였을까? 직책상 수령이 향리들의 상사였지만 실제적으로는 위와 같은 특성이 있어 지역 사정에 어두운 수령들이 그들에게 휘둘리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그들을 엄하게 다스리자니 그들에게 위해당하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그들의 불법이나 비리를 그대로 용인해주자니 그것도 정도는 아니어서 가히 그 양단간에 고민이 많았을 터였다. 그나마 그 당시에는 서리들이 녹봉을 받지 못했던 딱한 사정이라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안정된 직장에서 대우를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이나 부조리를 자행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