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가 본 당론(黨論)
○ 성호가 본 당론(黨論)
“옳은 가운데도 그름이 있고, 그른 가운데도 옳음이 있으며, 또 옳은 듯하면서도 그른 것이 있고, 그른 듯하면서도 옳은 것이 있다. 사람들은 다만 자신의 옳음과 남의 그름만 보기 때문에 편당이 생기게 된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말이다. 이 말이 전적으로 옳은지는 모르겠으나 하나의 시사점을 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농담삼아하는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 있다. 이 말이 그저 하나의 우스개에 그치는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그런 양상은 처처에서 목도되기 때문이다. 나는 할 수 있어도 남은 안 되고, 같은 사안임에도 누구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하고 누구에게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침으로서 사람들을 헛갈리게 하는 게 어디 한두 가지인가?
방송에서 여야 의원들이 나와서 토론하는 것을 어쩌다보면 역시 각자 자신의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은 애써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갖게 된다. 비록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출발했더라도 한 주제를 가지고 각자 자신의 주장을 펴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결론 부분에 가서는 어느 정도 합치되거나 수정되는 무엇이 보여야 할 것 같은 데 대개 처음에 품거나 주장했던 내용을 반복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모든 것을 억지로 합치시키려고 해서도 안 되겠지만 때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 뭔가 달라지는 모습이 있어야 그래도 그나마 발전적 대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당사자, 또는 소속 정당의 기본적인 견해가 있어 그것을 배제하거나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측면이 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견도 진지하게 경청하고 배려하는 성숙된 자세를 기대하는 것이 한낱 백일몽에 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