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수레를 미는 사람

지평견문 2013. 3. 19. 05:29

                    ○ 수레를 미는 사람

 

    수레를 미는 사람을 퇴거자(推車子)라고 한다. 송(宋)나라 때 한기(韓琦)가 범중엄(范仲淹)과 부필(富弼)을 퇴거자에 비유한 일이 있다.

 

    한기의 말에 의하면 범중엄과 부필은 같이 황제 앞에서 시사를 논할 때는 곧장 서로 다투었다가도 황제 앞을 물러나오면 마치 서로 다투지 않았던 것처럼 화기애애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수레를 미는 사람처럼 그가 항상 수레를 가게 하는 데만 마음을 쓸 뿐이고, 자신을 위하여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적인 일에 서로 자신의 주장을 펴 그토록 논쟁을 일삼았던 것은 국가를 위해서였지 결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정을 물러나서 개인적으로 구태여 싸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서로 화기애애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눈에 비치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모습은 꼭 그런 것 같지가 않다. 물론 개중에는 그런 사람들도 없지 않겠지만 거개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잘은 모르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수레를 미는 데 신경을 쓰기보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당의 이익에 혈안이 되는 데서 오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만일 범중엄과 부필이라면 공적인 자리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주장한다 해서 상대방의 의견을 업신여기거나 무조건 외면하는 태도는 취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나와 견해가 다를지라도 각자 상호간의 의견을 존중한다면 막상 그 자리를 떠나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저도 또한 서로 다른 또 하나의 나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