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단(壟斷)
○ 농단(壟斷)
옛날에 시장에서 교역하는 자들이 그 가지고 있는 것으로써 그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교역하면 유사(有司 : 담당자)가 단지 다스릴 뿐이었다. 그런데 어떤 천박한 사나이가 있었는데 반드시 우뚝 높은 곳에[壟斷(농단)] 올라가 좌우로 살펴보고 시장의 이익을 (모두) 그물질하거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천하게 여겼기 때문에 세금을 매기게 되었으니 상인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이 이 천박한 사나이에서부터 비롯되었다.
-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장 -
원시시대는 서로 간에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물물교환시대였다. 지금처럼 상권이 크지 않고 상설 시장도 갖추어지지도 않은 소박한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저 상호간에 필요한 만큼 유무상통하면서 비교적 평등한 관계의 틀을 유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점차 잉여 생산물의 축적이 가능해지면서 시장의 발달을 가져오고 재산 집중 현상도 발생하게 되었다. 맹자에 등장하는 그런 유(類)의 약아빠진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공익 질서 체제를 흔드는 일이 확대 재생산되었던 것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크게 나무랄 일도 못 되겠지만 당시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익을 혼자 독점하려는 그런 사나이 때문에 결국 상업세도 생기게 되었다는 게 맹자의 말이다.
농단이란 원래 뚝 끊어진 높은 언덕이었는데, 맹자의 이 말로부터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정해진 룰을 지키기 않고 농단을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옛날에는 그나마 농단부리는 사람이 많지 않았나본데 이제 돈이 돈을 버는 사회가 되다 보니 농단 부리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아예 대를 내려가며 농단을 부리는 일도 적지 않게 생겼으니 어찌 하면 그런 농단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