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때를 잘 지켜야 한다

지평견문 2013. 3. 29. 05:36

                 〇 때를 잘 지켜야 한다

 

    혹자는 때를 잘 지켜야 한다고 하니까, 그러면 목욕도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여기서 때를 지킨다는 것은 적당한 시간이나 시기를 말한다. 뭐든 대개 때가 있게 마련이다. 제때에 무엇을 할 때 하고자 하는 일이 비교적 수월하게 풀리게 된다. 반면에 때를 잃으면 하고자 하는 어떤 일을 이루기도 어렵고, 설령 그것을 이룬다 해도 몇 배 이상의 힘이 들기 십상이다.

 

    예컨대 공부나 운동도 젊어서부터 하는 편이 나이가 들어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기억력이 새록새록 하고 신체가 건강할 때 해야 하나라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성과나 진척이 빠름은 긴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소 늦은 것을 핑계 삼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시도하는 것이 좋다. 어찌 공부나 운동뿐이랴. 일부를 제외한다면 매사가 다 그럴진대 때 늦지 않도록 각별히 각자 나름대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는 다소 다르지만 때를 넘기지 않고 잘 지켜야 할 것으로 상벌이란 게 있다. 어떤 공을 세우면 그에 대한 상을 바로 제때에 시행해야 하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때를 잃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자의 경우 반민특위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한 후유증이 지금까지 온존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상이 때를 넘기지 않아야 사람들은 믿고 따르며 분발하게 된다. 역발산기개세로 유명한 항우가 부하 장수들에게 상을 주는 것을 아까워했다고 하니, 그가 결국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상이 때를 넘기지 않는 것을 일러 상불유시(賞不踰時)라고 한다. 제 때에 상을 받으면 이를 받은 사람은 더욱 열심히 분발하게 되고, 못 받은 사람도 이를 본받고자 배전의 노력을 하게 되니 그 효용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들의 기를 살린다고 하여 너무나 많은 상이 남발되다 보니 상이 권장하는 의미를 잃게 된 측면도 없지 않다. 상과 벌이 공정성을 가지고 있을 때 사회가 보다 투명하고 바람직하게 될 것임은 묻지 않아도 알 일이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요즈음 세태 상으로 볼 때 상벌의 형평성을 잃은 일들이 도처에 넘치고 있으니, 어찌 뜻있는 이들이 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