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백성을 가지고 장난을 놀다

지평견문 2013. 4. 4. 05:32

                                〇 백성을 가지고 장난을 놀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영공(靈公)은 임금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세금을 무겁게 거두어 담장에 장식하는 일이나 하고, 누대 위에서 사람들을 향해 탄환을 쏘며 백성들이 피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즐겼다고 한다. 탄환을 피하는 것을 일러 피환(避丸)이라고 하는 데 영공으로부터 피환은 포학한 군주가 백성을 학대하며 즐거움을 찾는 일을 이르는 용어로 쓰이게 되었다.

 

    로마의 폭군 네로가 로마 시내에 불을 지르게 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시상(詩想)을 떠올리며 즐겼다고 하더니 진 영공의 하는 일이 꼭 그런 식이었다. 백성의 괴로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는 행태는 동서양이라고 하여 특별히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이 누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의 힘은 결코 어느 날 하늘로부터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 권력의 원천은 바로 그들이 괴롭혀마지 않는 백성으로부터 기반하고 있음을 한시라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백성들은 배를 떠가게 하는 큰물과도 같아서 평소 잔잔할 때는 순탄하게 배가 항해할 수 있게 하다가도 어떤 일로 일순간에 포효하게 되면 배를 뒤흔들어 산산조각으로 내기도 한다.

 

    백성이나 국민을 섬기는 일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요건이다. 그들은 누가 가르쳐주기 이전에 모든 권력은 그들로부터 나옴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사실은 역사가 증명해준다. 그들의 마음이 곧 천심이기에 천명이란 이들을 거부할 때 저절로 옮겨가게 된다. 그들은 그저 아무렇게나 대해도 좋을 그런 상대가 아니다. 그들을 무시하는 순간 스스로 외면당할 뿐이다. 작은 꼼수로 얼버무리려다가 그들에게 한번 신뢰를 잃기라도 하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작다고 해서 소홀히 할 일이 아님은 촉한의 유비에게 물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