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활 만드는 장인의 애국심

지평견문 2013. 4. 14. 06:21

             〇 활 만드는 장인의 애국심

 

    당(唐)나라 때 신라에서 활을 만드는 사람을 징발해 갔다. 그가 나무로 만든 화살로 쏘니 미처 30보(步) 거리도 나가지 못하였다. 당의 황제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너의 나라에서 만든 화살은 1,000보를 나간다고 들었는데 지금 그렇지 못한 것은 어째서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재료가 좋지 않아 신라에서 재료를 들여다 만들어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신라에서 재료를 구해다 그로 하여금 다시 만들게 하였지만 먼저 것보다 나아지기는 했으나 역시 60보 밖에 나가지 않았다. 당 황제가 화가 나서 꾸짖으니 그가 또 대답하기를,

 

    “신(臣)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이 나무가 바다를 건너오느라 습기가 차서 그런 것 같습니다.”

 

라고 하였다. 당의 황제는 그가 기술을 다 발휘하지 않는 것이라 의심하기에 이르렀고 위협을 가하면서 벌까지 주어보았지만 그는 끝내 품은 재주를 제대로 발휘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라의 장인은 본국에서 발휘하였던 그의 능력을 고의로 내보이지 않은 것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신라의 수준 높은 기술을 당나라에 이전하기를 원하지 않은 것이니 그 비결을 전수하면 곧 이적 행위를 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천한 장인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위해 자신이 벌을 받는 것을 기꺼이 감수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어떠한가? 반드시 위의 장인처럼 대부분 행동하리라 믿지만 가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나 회사의 기밀을 외국이나 경쟁 회사에 팔아먹는 파렴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보도되곤 한다. 분명 그들은 이 신라의 장인보다 훨씬 많이 배우고 대우도 훨씬 잘 받았을 것이건만 그 신라의 장인과 비교하여 과연 누가 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일 것인가? 사람됨은 지위의 고하나 소유의 다소나 배움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지 않다. 누구든 자신의 주어진 처지에서 본인의 역할을 묵묵하게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들의 훌륭한 이웃이라 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