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이의 속성과 도적

지평견문 2013. 4. 16. 05:20

                〇 이의 속성과 도적

 

    성호 이익은 어리석은 백성이 춥고 굶주림에 못 이겨 도적이 되어 삶을 구하는 것을 마치 이[슬(蝨)]와 같다고 비유한 바 있다. 이가 옷 속에 숨어 있으면서 사람을 물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고 (이도 또한) 형체가 갖추어져 있으니만큼 죽음을 면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의 처지에서 볼 때 차라리 죽을지언정 사람을 물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물어서 피부를 상하게 하면 사람들이 또한 알아차리고 부득이 이를 잡아 죽일 수밖에 없는데, 사람을 물지 않으면 굶어 죽고, 물어도 또 다시 죽기 마련이니 이판사판인 셈이다.

 

    어리석은 백성들이 기한(飢寒)을 참지 못하고 도적이 됨도 또한 그와 같은 처지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라고 여길 만하지 않은가? 그러니 기근이 거의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던 시기에 기근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흩어지면 선량한 백성이 되고 모이면 도둑이 되는 상황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하기에 공자도 사람들에게 예를 가르치기 이전에 그들에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정치의 급선무로 여겼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자 첫걸음이다. 부익부 빈익빈을 극대화하는 정치가 왜 자꾸 시빗거리가 되는지는 구태여 자꾸 논해보아야 입만 아픈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