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이런 시험을 응시해 무엇 하나?

지평견문 2013. 4. 17. 05:25

                  〇 이런 시험을 응시해 무엇 하나?

 

    홍우원(洪宇遠 :1605∼1687)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남양(南陽), 자는 군징(君徵), 호는 남파(南坡)이다. 할아버지 홍가신(洪可臣)이 형조판서를 지냈고 아버지 홍영(洪榮)은 한성서윤(지금의 서울 부시장)을 지냈으니 명문가 자손이라 할 수 있다. 본인 또한 고시라 할 수 있는 문과에 급제하여 이조판서에 이르렀다. 그는 학문이 고명(高明)하고 성품이 직절(直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우원이 동료들과 과거 시험을 대비하여 공부를 할 때 시험문제가 어디에서 나올 것인지를 미리 전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두 그 문제에 대한 답안을 준비하였지만 그만은 그렇게 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돌아다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침내 그가 과거 시험을 치르기 위해 시험장에 들어가니 과연 출제된 문제가 바로 여러 사람에게 이미 알려진 그 문제와 같았다. 홍우원은 그런 사실 자체를 좋게 여기지 않고 시험조차 응시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동료들이 “그대는 (그것을 전해 듣고)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닌데 무엇이 의(義)에 해로울 것이 있는가?”라며 말렸으나 그는 “사전에 문제를 전파했으니 어찌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하고는 끝내 시험을 치르지 않았던 것이다.

 

    올바르지 않은 것을 보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이가 적다고 하나 어찌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홍우원 같은 이가 바로 그러한 인물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어느 때나 반드시 그러한 인물이 있게 마련이다. 열 집이 사는 마을에 반드시 충성스럽고 신실(信實)한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다만 사람들이 그러한 것을 잘 몰라주거나 보아도 자신의 이익에 우선하느라 외면할 뿐이다. 정치의 요체는 바로 그러한 사람들을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일 게다. 권력을 장악하면 말을 듣고 따르는 사람들은 저절로 많이 생기지만 정작 그들이 정직하고 성실하여 국가에 꼭 필요한 인물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