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데도 망한 곽 나라
○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데도 망한 곽 나라
춘추시대의 곽(郭) 나라 임금은 선(善)을 좋아하고 악(惡)을 미워하였다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 나라는 당연히 잘 다스려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는 도리어 망하였다고 한다.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였는데 망했다면 누가 즐겨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겠는가?
문제는 곽 나라의 임금이 선을 좋아하였을 뿐 선을 행하지는 않았고, 악을 미워하였으되 버리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선이 좋
음을 이야기하고 악을 미워하는 말을 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정작 좋아하는 선을 실행에 옮길 줄 모르고, 미워하는 악을 버리지 못하는 폐단
에서 일을 그르치게 된다. 그렇다면 선을 좋아하거나 악을 미워하는 데 그쳐서는 별무효과임을 알 수 있다. 악을 미워하고 선을 좋아하는 마음을
당연히 가져야 하겠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되고 반드시 그것을 실행한 이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와 선과 악에 대하여 말할 수 있으리라.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말은 한낱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말이 아무리 화려하고 그럴 듯하다 해도 실행이 수반되지 않는 한 결국은 다
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획득하기 어렵다.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남을 설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서 조차 외
면 받게 되고 말 것이다. 말은 곧 자신의 얼굴이다. 자신의 말이 몸과 어긋나다 보면 사람들은 그의 얼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포장된
그의 겉 얼굴 속에서 그의 내면에 가려진 일그러진 얼굴마저 동시에 살펴보고자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