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번희에게 웃음거리가 된 초나라 정승 우구자

지평견문 2013. 4. 21. 06:30

                 ○ 번희에게 웃음거리가 된 초나라 정승 우구자

 

    춘추시대 오패(五覇)의 하나로 알려진 초장왕(楚莊王)이 어느 날 번희(樊姬)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늘 어진 정승 우구자(虞丘子)와 더불어 늦도록 이야기를 하였다.”

 

고 하자 번희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이를 괴이쩍게 여기는 초장왕에게 번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제가 운 좋게 임금님을 모시게 된 뒤 저 혼자만 귀한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름대로 임금님의 의리를 상할까 하여 제가 추천하여 저와 동등한 지위에 있게 된 사람(여자)이 이제 몇 사람이나 됩니다. 그런데 우구자는 정승이라고 하면서 일찍이 어진 사람을 한 사람도 추천한 일이 없으니 어찌 그를 어질다고 하겠습니까?

 

    순진한 초장왕이 이 말을 우구자에게 그대로 전하니 우구자는 즉시 직위를 사양하면서 손숙오(孫叔敖)를 추천하였다. 손숙오는 초장왕을 도와 오패가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재상의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도 어진 인사를 추천하는 것이 얼마만큼 중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최근 검찰총장을 잘못 임명했다가 국회에서 청문회를 한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낙마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국민 모두는 착잡했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추천을 했으며 인사 검증을 어떻게 한 것인가? 그 때문에 지레 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던 동료 이상의 선배 검사들은 또 뭐가 되는가? 만일 번희 같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 장면을 보게 하였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2009년 7월 16일 용두팔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