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은혜를 저버리지 않은 반석평

지평견문 2013. 4. 23. 05:30

                      ○ 은혜를 저버리지 않은 반석평

 

    조선 중종(中宗) 때 문신인 반석평(潘碩坪)은 본래 천한 신분이었으나 한성판윤(지금의 서울 시장)과 형조 판서(지금의 법무부 장관)

까지 지낸 인물이다.

 

    반석평은 원래 어떤 재상집의 종이었다. 그 재상은 반석평의 재주가 출중하고 성품이 훌륭한 것을 알아보고 이를 사랑하여 경서(經書)

와 사기(史記)를 가르치고 그가 종의 신분임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반석평을 어떤 아들이 없는 부잣집에 부탁하여 아들로 삼도록

한 다음 그의 신분을 숨기고 학문에 힘쓰게 하고 자기 집과도 왕래를 끊게 하여 그를 보호하였다. 나중에 반석평은 문과에 급제하고 청백

하고 공손한 인물로 위에서 말한 고위직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가 어느 날 초헌을 타고 가다 한미하여 걸어가는 옛 주인집의 자손을 발견하고 탈 것에서 내려 그의 앞에 달려가 절을 하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일부러 외면하여 피해가거나 하여 자신의 신분을 감출 법 하건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상소문

을 올려 자기의 내력을 사실대로 아뢰고 자신의 벼슬을 깎아서 주인집 자손에게 대신 주도록 청하기까지 하였다. 그러자 조정에서는 그의

말을 장하게 여겨 그의 주인집 자손에게 관직을 제수하고, 석평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게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신분의 차별이 자심했던 세상에 반석평의 어짊을 보고 그를 지극히 배려해 능력을 발휘하게 한 재상도 훌륭하려니와 그 동안 각고의 노

력 끝에 얻은 지위나 신분을 한꺼번에 모두 잃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은혜를 저버리지 않은 반석평도 참으로 대단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