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사람을 멸시하지 마라

지평견문 2013. 4. 24. 05:31

                     ○ 사람을 멸시하지 마라

 

    조선시대에 어떤 사람이 사신 일행을 따라 북경에 갔다 겪은 일이다. 그가 호씨(胡氏)라는 수레꾼과 친숙해져 때로 수레

삯을 받지 않고 태워줄 정도로 정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다른 사람을 통해 호씨의 아우가 형부상서(刑部尙書 : 현 법무장관

격)가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호씨에게 ‘아우가 형부상서와 같이 존귀한 자리에 있는데 형은 어째서 마부 노릇을 하

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호씨는 벌컥 화를 내며 하는 말이

 

    “나는 그대를 좋은 사람으로 알고 마음을 주었건만 도리어 이런 말을 하는가? 내 아우가 비록 존귀한 자리에 있으나 생사

(生死)와 화복(禍福)이 남의 손에 달렸으니, 장래에 과연 어찌 될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수레 한 대를 끌어 그 삯을 받

아 배불리 먹으며, 가고 멈추는 것을 자유자재로 하여 천명(天命)을 다할 것이니, (나의) 이것으로 (그의) 저것과 바꾸지 않

을 것이다. 어찌하여 사람을 이토록 멸시하는가?”

 

라고 하였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고귀한 자들이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사람으로 전락되는 것을 지켜보면 과연 그의 말이 일리

가 없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을 넘볼 수 없는 그 무엇이 분명 있음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