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친구와의 관계

지평견문 2013. 4. 30. 05:36

                    ○ 친구와의 관계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남과 처음 사귈 때 비록 마음에 좀 맞는다고 하더라도 경솔히 마음이 통하는 벗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고, 사귄 지가 오래된 벗은 좀

마음에 거슬린다고 하더라도 당장 그와 사귀는 관계를 끊을 것을 말하여서는 안 된다.”

 

    사실 어떤 경우 처음 만나는 사람임에도 뭔가 뜻이 통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금세 의기투합하여 무슨 일이든 다

같이 할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다 열심히 같이 하다보면 어느 사이 싱거워지기도 한다. 몇 몇 연예인들의 결혼 행태와 같

은 것도 아마 그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둘이 죽고 못 살 것처럼 극도의 애정 표현을 하는가 하면 그러한 사실을 세상 사람이

하나라도 모르는 이가 있어서는 안 될 것같이 호화찬란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얼마 있다가는 성격 차이가 어떻고, 폭력이 어떻고 하면서

결별을 선언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 뿐 아니라 아예 아연해지고 마는 것이다. 차라리 소리 소문 안 나게 조용히 살아가는 것만 같지 못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가하면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가도 어떤 계기를 통하여 서로 소원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평생 갈 것 같은 우정이나 돈독했던 정

이 일시에 물거품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아마 이덕무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위와 같이 말하게 되었나 보다. 처음부터 너무 경솔

하게 마음을 주어서도 안 되려니와 오랫동안 교제를 하다 갑작스레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일 게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분명 한 번쯤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많은 경우 별 것도 아닌데서 좋

아지기도 하고 싫어지기도 하니 애증 관계는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에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내가 완벽할 수 없다면 어차피 다른 사람에

게도 완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부족함이 있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용납되기를 바란다면 나 또한 어느 정도 다른 사람의 흡족치 못한

부분을 얼마큼은 접고 들어가 아량을 베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과연 나는 다른 이들이 나에게 베풀어주는 만큼 그렇게 충분히 너그러

운 마음으로 남을 대하고 있는가? ‘자신의 잘못을 줄여보고자 하지만 그것이 잘 안 된다’는 거백옥 같은 어진 이를 흉내라도 내다보면 조금

쯤은 닮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