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옥사(獄事)를 신중히 다루어야

지평견문 2013. 5. 1. 05:32

            ○ 옥사(獄事)를 신중히 다루어야

 

    명(明)나라 만력(萬曆) 연간에 주국신(朱國臣)이라는 큰 도둑이 사형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비록 큰 죄를 범하여 사형을 당하게 되었지만

죽는 마당에 한 점 후회가 없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회한의 눈물을 뿌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무릇 옥사(獄事)에 대한 문초는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개와 아무개를 죽인 장본인은 바로 나였다. 당시에 그 일에 관련되어 죄인이

되어 죽은 자는 모두 원통하다. 만일 내가 (지금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누가 다시 (이를) 밝혀 주겠는가.”

 

    이상은 《성호사설》에 나온 내용이다. 증자의 말마따나 ‘새가 죽게 되면 그 울음소리가 처량하고, 사람이 죽게 되면 그 말이 착하게 된다.’고

하더니 주국신이야말로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하겠다. 그래서 당시 옥사를 다스린 자를 뒤늦게나마 조사하여 시랑 옹대립(翁大立)을 면직

시켜 서민으로 삼고, 낭중 서일충(徐一忠)은 귀양을 보내게 되었다.

 

    성호의 견해에 따르면 혹독한 형벌을 무수히 가하여 피와 살이 문드러지는 지경에 정신없이 불은 소리마저 모두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것이 없

어서 그렇게 하여 한번 옥사를 다스린 문서에 오르게 되면 결국 그것에 의거하여 실지로 삼지 않음이 없게 되고, 한 치[寸] 한 자[尺]로 더해지기

만 할 뿐 줄어드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완전한 공초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가히 두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조작된 사건들이 지금에 와서 무죄로 선고되는 것을 보면 과연 그 말이 허언(虛言)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멀쩡한 사람들이 온갖 시련과 고초를 겪고 나서 훗날 무죄가 밝혀진들 그 동안 죄 없이 당한 억울함은 과연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차원에서 범죄자를 선량한 시민으로부터 격리하는 사회 안전망이 잘 구축되어야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

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자세가 요망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