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일가(一家)가 우는 것과 일로(一路)가 우는 것

지평견문 2013. 5. 6. 05:32

                     ○ 일가(一家)가 우는 것과 일로(一路)가 우는 것

 

    송(宋)나라의 범중엄(范仲淹)이 참정(參政)이 되었을 당시의 일이다. 범중엄이 제로(諸路 : 우리 같으면 諸道 정도)의 감사(監司) 중에 재능이 없는 이가 있을까 하여 장부를 가져다 재능 없는 감사를 볼 적마다 붓으로 단번에 금을 그어 차례로 바꾸어 버렸다. 옆에서 부필(富弼)이 보고 있다가 걱정스러워 한 마디 하였다.

 

    “어르신께서는 붓으로 단번에 빼어버리시지만 그의 일가(一家)가 울지 않을 줄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자 범중엄은

 

     “일가가 우는 것이 과연 일로(一路)가 우는 것과 비교하여 어떻겠는가?”

 

라고 반문하였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인사를 교체하는 것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겠으나 한 나라 국민 전체와 비교하여 과연 어느 것이 더 비중이 있는 것인가? 아무런 일 없이 잘 될 경우라면 장차관을 가는 것을 마땅히 신중히 해야 하겠지만 국민들의 의중과 달리 친위세력만 끝까지 감싸며 그러한 인물들을 구임(久任)시키면서 과연 그것을 신중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슨 일에든 정도(正道)가 중심이 되고 때에 따라 적절히 권도(權道)를 구사하여 매끄러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론에 가만히 귀 기울여 분별하려 하다보면 어느 정도는 가까워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말이 귀에 거슬린다 하여 아예 귀를 막고 외면하다 보면 스스로 소외될 것이고 그것은 본인 뿐 아니라 국가의 불행을 자초할 수도 있으니 그러한 점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하게 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