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결별 : 김이듬
지평견문
2013. 5. 14. 11:34
< 결별 > : 김이듬
흘러가야 강이다
느리게 때로 빠르고 격렬하게
그렇게 이별해야 강물이다
멀찍이 한 떨기 각시 원추리와
반들거리는 갯돌들과
흰 새들과
착한 어부와
몸을 씻으며 신성을 비는 사람들과
돌아선 발이 뻘밭인 듯 발이 떨어지지 않아도
우리들 할 말이야 저 강물 같아도
너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난 손을 모아 그 물을 마신다
흘러가니까 괜찮은 일이다
우리는 취향이 다른 음악처럼
마주 보고 흐르거나
다른 지류로
알 수 없는 유형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흐르고 흘러 너와 내가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그래서 오늘의 모습을 까마득히 잊고
반갑게 서로 포옹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