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도토리 키 재기

지평견문 2013. 5. 20. 05:23

                   ○ 도토리 키 재기

 

    일구지학(一丘之貉)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풀면 한 언덕의 담비라는 것이다. 담비는 족제비 과에 속하는

동물로 족제비와 비슷하지만 몸이 약간 크고 다리가 비교적 짧다. 몸길이가 대략 35~60㎝ 정도라고 하니 큰 동물이

라 할 수는 없다. 그런 담비가 언덕에 있어보았자 별로 눈에 띌 것도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일구지학을 우리식

으로 고치면 ‘도토리 키 재기’라는 의미를 띤다. 그만그만해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때 비유적으로 쓰인다.

 

    사람들이 무슨 일로 다투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개 그런 식이다. 서로 이전투구를 하며 싸우는 것도 알고 보

면 그저 일구지학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많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너무 심심해서 그런 것일

까? 왜 서로 돕고 살고자 해도 시간이 부족할 터인데 서로 앙앙불락하며 싸워야만 하는 것인가?

 

    대개 그러한 것은 이권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맹자는 왕들이 ‘이(利)’를 추구하지 말고 제발 ‘인의(仁義)’에 관심을

가지라고 주장하며 천하를 주유했던 것이다. 개인은 물론 덩치가 큰 나라마저 ‘국가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가난한 이

들의 목숨을 담보로 불장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신 앞에 정의를 부르짖고 믿음을 갈구하니 사랑의

신보고 어쩌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