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악목(惡木)과 도천(盜泉)

지평견문 2013. 6. 6. 06:36

                     ○ 악목(惡木)과 도천(盜泉)

 

    악목(惡木)은 천하고 졸렬한 나무로, 곧 나쁜 나무를 이른다. 도천((盜泉)이란 중국 산동성(山東省) 사수현(泗水縣)에 있는 샘 이름이다.

악목은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도 생각 있는 선비가 쉬어가지 않고, 도천은 아무리 그 물이 넘쳐흘러도 청렴한 사람은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 까닭은 악목이나 도천이 모두 그 이름이 나쁜 때문이다. 둘 다 이름이 불의(不義)의 뜻을 담고 있어 뜻 있는 사람들은 이를 께름칙하

게 여기고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다 그런 좋지 않은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그런 명목이 있게 되면 아무래도 내심 떨떠름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리산에서 만나는 선비 샘은 그 물 맛도 시원하려니와 그 이름이 좋아 사람들이 한 바가지라도 더 마시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것을 자행하면서 구태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란 결국 악목이나 도천이 됨을 면하지 못한다. 일단 걸(桀)이나

주(紂)처럼 나쁜 왕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리면 남은 물론이요, 후손들조차 그 자손 됨을 숨기려 들 것이다. 그러나 좋은 명성을 쌓게 되면 누

구나 그와의 친연 관계를 내세우고 싶어지게 되는 것이다. 악목이 되거나 선목이 되는 것은, 또는 도천이 되거나 선비샘이 됨도 결국 스스로

그리 되는 것이니 어찌 저것을 피하고 이것을 좇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