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바른 말로 간언(諫言)하는 사람을 가까이 해야

지평견문 2013. 6. 12. 05:32

              〇 바른 말로 간언(諫言)하는 사람을 가까이 해야

 

    춘추시대에 제환공(齊桓公)이 맥구(麥丘)라는 곳에서 83세 되는 노인을 만나 축수(祝壽)를 부탁하였다. 그러자 그 노인은

 

    첫째, 오래 사시되 금과 옥 같은 재물보다 사람을 보배로 여길 것,

    둘째, 배우기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싫어하지 말 것이며, 현자(賢者)를 곁에 두고 간언(諫言)하는 사람을 얻을 것,

    셋째, 신하와 백성들에게 죄를 짓지 말 것

 

등을 빌어주었다. 여기에서 맥구지축(麥丘之祝)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위의 세 가지를 모두 통틀어 맥구지축이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맥구지축이라고 하면 바른 말로 간언(諫言)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작년 말이래 근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의 축이 이동되어 새로운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였다. 그와 동시에 이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권력 집단을 중심으로 이른바 줄 서기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졌고, 그러한 와중에 권력의 정점에 대한 간언 보다는 눈에 들기 위한 예스맨들의 행태가 자주 그 모습을 드러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어느 정도는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그게 심하다 보면 결국 어떤 조직이나 국가를 병들게 하는 주요인으로 기능하게 마련이다. 당장은 귀와 눈에 거스를지 몰라도 장기 지속적인 측면에서는 역시 바른 말을 해줄 사람이 측근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총이 화왕계(花王戒)를 통해 젊고 화려한 장미 보다 늙고 소박한 할미꽃이 약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한 것도 다 역사와 경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미 천 년이 훨씬 넘은 시기에도 좋은 약이 입에 쓴 것임을 토로한 점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이 문제 에 있어서만큼은 아직도 그 공소 시효가 끝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항상 유용한 역사적 경험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 2008년 4월 24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